이 글은 약간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세상은 더 이상 답이 없다.
이 세상은 답이 없다. N번방 사건, 버닝썬을 비롯한 성범죄부터 세계적인 전염병인 코로나와 홍콩을 무자비하게 진압하는 중국, 미국에서 일어난 인종차별적 과잉진압 사건까지..
최근 몇 년간 이처럼 엄청난 세계적인 사건들이 있었고, 안타깝게도 이러한 사건들과 맞먹는, 어쩌면 더욱 심한 사건이 분명 일어날 것이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한다면?
이 세상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보려고 해도,굉장히 복잡한 이해관계들이 얽혀, 도저히 풀 수 없는 실타래가 되어버린 것만 같다.
이 풀 수 없는 실타래를 풀어내려고 고민하고, 노력할 바에는 그냥 차라리 다른 행성에 가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다. 인류가 맨 처음 지구에 살기 시작한 바로 그 때처럼말이다
지구에 아직 남아 있는 착한 사람들과 함께 우주선을 타고 다른 행성으로 가서, 그곳에서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면 어떨까?? 전혀 말이 안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세상은 너무나 넓기에
파피용 줄거리
이 책은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지구인들이 지구에서 벗어나 새로운 행성을 찾아 떠난다면? 이라는 생각에서 시작된 소설이다.
빛을 이용한 우주선을 만들어 새로운 행성에 도착하지만, 과연 그곳에서 인류는 성공적으로 새로운 문명을 탄생시키고 발전시킬 수 있을까? 라는 궁금증이 책을 순식간에 넘겨버린다.
책을 읽으며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작가가 죽음을 매우 담담하게 서술한다는 것이다. 주인공들도 한 두줄의 서술로 생을 마감해버린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지구와 우주, 인류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한 사람이 죽는 것은 결국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우리가 현재 상태에 절대 만족하지 못하는 인간의 속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것 같소. 인간은 지구에 있을 땐 우주로 떠나고 싶어하지. 그리고 우주에 있으면 다시 지구로 되돌아가고 싶어하고."
"커다란 금속 덩어리가 사람들을 그 안에 태우고 공중에 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논리적으로 말이 안되는 일이지. 그게 가능한 이유는, 모든 승객들이 그것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난 생각해.
그 사람들은 고철 덩어리가 구름보다 더 가벼운 게 당연하다고 믿지. 하지만 누군가 나서서 <근데 사실, 이건 말이 안 돼, 추락해야 맞는 거지>라고 말만 꺼내면 그만 추락하고 말아. "
작가는 결국 마지막 희망이란 지구에서 찾아야 된다고 말한다.
아무리 이 세상이 답도 없을만큼 부패했다 하더라도 우리는 답을 지구에서 찾아야 하는 것이다.
환경을 망쳐 천재지변이 일어나더라도, 이기주의가 만연해 있더라도, 원자폭탄으로 세계를 위협하더라도, 온갖 전염병이, 인종차별과 범죄가 넘쳐날지라도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새로운 행성을 찾아서 이주했더라도, 결국 그 행성은 ‘지구'인 것이다. 어느 곳에 살더라도 우리는 결국 인간이며, 각자의 불완전함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지구’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할 것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다.
왜냐하면 영원히 탈출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문제를 회피하는 것이고, 해결하지 않는 한 그 문제는 결국 다시 눈 앞에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협력하여 지구 상의 문제들을, 비록 답이 없어 보이지만,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포기하지 말고 이 세상을 더 나은 세상으로 만들어야 한다.
생활과 윤리/윤리와 사상을 가르치고 계신 이지영 선생님의 말이 생각난다.
“도망쳐서 도착한 곳에 천국은 없다”
지금 이 곳에서, 포기하지 말고, 도망치지 말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 것. 그것이 우리 인류에게 맡겨진 영원한 숙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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