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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전역자의 편지 - 군생활의 의미, 모든 용사들에게 하고싶은 말

안녕하세요. 시냇가의 나무입니다 :)

저는 최근에 전역을 하게 되었습니다.

19개월 남짓 군생활을 뒤돌아보니, 참 많은 일이 있었구나 싶더군요. 군생활은 분명 긴 시간이지만, 뒤돌아보면 이렇게 짧은 시간이 아닐 수 없는 것 같습니다 :)

군생활동안 너무 정이들어버려 차마 편지라도 하나 쓰지 않고는 떠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펜을 들게 되었습니다. 모두 각자의 군생활이 있겠지만 저는 남아 있는 동기, 후임, 간부님들께 이런 말이 하고 싶어서 이런 내용의 편지를 남기고 왔습니다.

혹여나 군생활에 고민을 갖고 있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편지

전역을 하게 되었습니다. 여기 남아 있는 부대원들에게 제가 무엇을 줄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여러분들보다 제가 나은 것은 군대를 조금 빨리온 것 밖에 없어 제가 군생활을 하며 느꼈던 것 3가지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얻을 건 얻고 버릴 건 버리면 되겠습니다.

첫째로 전역을 너무 기다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지금만큼은 제가 모두에게 부러움의 대상이겠지만, 전역은 누구에게나 옵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금방 옵니다. 그러니 여기, 군인으로서의 자신의 삶도 기쁘게 누리시길 바랍니다. <우리는 즐기지 못한 모든 주어진 기쁨들에 책임을 져야할 것이다>라는 탈무드의 말을 인용하고 싶습니다. 군 생활하면서 이렇게 많이 웃었던 적이 내 삶에 있었나 싶을 정도로 많이 웃었습니다. 그러니 전역을 너무 기다리지 말고 주어진 현재를 기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둘째로 전우와 사이좋게 지내길 바랍니다. 옆에 있는 전우, 간부님이 없었다면 이 시간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었을까 싶습니다. 전우가 무거운 것을 들고 있으면 같이 들어주고, 배려하며 전우애로 똘똘 뭉치는 부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분명 그건 정말 어렵고 때로는 일을 많이하는 것 같은 기분에 억울할 것입니다. 저 또한 상병이 넘어가도록 그러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런 제 마음을 다잡아준 건 귀여운 후임들이었습니다. 내가 안하면 그들이 힘들다는 생각에 병장이 되어서야 조금씩 배려할 수 있었고 기쁜 마음으로 할 수 있었습니다. 부디 이런 제 모습이 조금이라도 보였길 바라며, 이런 부대 분위기를 만들고 유지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힘든 일이 있으면 꼭 도움을 청하길 바랍니다. 부끄럽지만 짧은 군생활 동안 저는 2번 자살 생각을 했습니다. 깊게 생각한 건 아니지만 평생 해본 적 없는 생각이어서 저도 당황했습니다. 자살을 생각했던 이유는 첫째로 영내운전 중 헤드라이트를 깨먹었을 때이고, 두 번째는 전역빵사건에 휘말리게 되었을 때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전혀 자살까지 생각할 정도가 아닌데 왜 그랬나 싶습니다. 그래도 그 당시에는 정말 심각했습니다. 지나고보니 별 일 아니었는데 자살했으면 억울할 뻔 했습니다.

여러분들도 충분히 그런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다만 그런 생각이 들 때 혼자 끙끙 앓지 마시고 친한 동기, 간부님께 털어놓길 바랍니다. 저는 동기들과 작전관님 행보관님께 큰 위로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들도 과거에 매우 심각하게 했던 고민이, 시간이 지나고 보니 별 일 아니었구나 하는 걸 느끼신 적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힘든 일이 있으면 꼭 도움을 청하길 바랍니다.

큰 기대는 없었던 군생활이지만 즐거웠고 많이 배워갑니다! 하나뿐인 제 군생활을 빛내준 부대원들과 간부님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여러분은 제 군생활의 전부입니다.


여러분들께 군생활은 어떤 의미인가요?

누군가에겐 버려지는 시간, 자기계발을 하는 시간, 잠시 쉬는 시간이라고 여겨질 수 있지만 제겐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물론 제 군생활이 앞으로의 취업이나 승진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싶습니다만 분명한 것은, 군생활이란 기억은 제게 영영 즐겁게 기억될 것이고, 추억될 것입니다.

그 시간이 즐거웠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의미 있었던 시간 아니겠습니까?
앞으로도 저는 즐겁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

전국에서 고생하시는 모든 군인분들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