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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3km 달리기를 하며 깨달은 것

내가 군인일 때 이야기다.


특급전사를 달성하면 휴가 3일을 준다고 하길래 열심히 준비했고, 3km 달리기만 남겨둔 상태였다.

3km라는 긴 거리를 달리는 건 큰 고통이라는 것을 알기에, 하루 종일 달리기 하는 그 순간을 걱정하며 괴로워했다.
‘특급 맞을 수 있을까?’ ‘ 이 날씨에 뛰면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게다가 휴가를 앞두고 있었어서, 깔끔하게 특급전사 달성하고 후련한 마음으로 휴가를 나가고 싶은 마음이 컸고, 꼭 이번에 따야겠다 마음먹었다.

그렇게 체력측정의 시간이 다가오고, 달리기를 시작했다. 부대를 크게 5바퀴 뛰면 3km였기에, 5바퀴만 죽어라 참자는 생각으로 가볍게 1바퀴를 뛰었다.

2바퀴를 돌고, 3바퀴를 뛰기 시작했을 때 숨이 급격하게 가빠오기 시작했다. 그 때부터 뛰기 싫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왜 이걸 하고 있지? ‘
‘그냥 휴가 안받고 안뛰고 싶다’

마지막 두 바퀴는 아무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힘들었다.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이것만 뛰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연예인을 만날 수 있다는 자기세뇌도 해보았지만 역부족이었다ㅎ

왜 이렇게 힘들지. 내가 왜 힘들어야하지? 포기할까 라는 생각을 계속 하면서도 뛰는 걸 멈추지는 않았다.

여기서 포기하면 나중에 분명히, 분명히!! 후회할 걸 알았기 때문이었고, 힘든 건 지금 잠시일 뿐이라는 사실을 계속해서 되새겼기 때문이었다.

호흡 하나 걸음 하나에 집중하며 최선을 다해 5바퀴를 무사히 완주했다. 다시는 3km달리기 안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악으로 깡으로 뛰었던 것 같다.

기록은 4초 차이로 간신히 특급 기준을 달성했다.


4초라는 차이가 나에게는 매우 크게 다가왔다.
단 몇초의 차이로 특급을 달성했을 때 나는 내가 했던 모든 선택들에 대해 잘했다고 긍정했다.
아주 사소한 것 하나까지.
일주일동안 근력운동을 안하길 잘했다, 점심 때 먹고싶은 삼겹살을 참고 조금 먹길 잘했다, 달리기 하기 전에 물 조금씩 마셔놓길 잘했다, 포기하지 않길 잘했다, 힘들어도 속도를 줄이지 않길 잘했다, 마지막 바퀴때 조금 속도 올리길 잘했다 등등 특급을 달성하기 위해 했던 나의 아주 작은 노력들을 하나하나 잘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는 반대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 하게될 후회와 같다. 조금만 덜 먹을 걸, 조금만 더 연습할 걸, 물좀 덜 마실걸 등등...

이런 상황에서 우린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할까?
실패하더라도 핑계를 댈 수 없을만큼 노력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쉼없이 나아가야한다는 말이 아니고, 쉼도 중요하다는 생각과 함께 최선의 노력을, 일초이초 소중히 하는 것이 설령 실패하더라도 핑계를 낳지 않는 태도일 것이다.


분명 같은 일초, 이초인데 달리기를 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 느껴지는 가치는 천차만별 다르다. 지금 아무렇지 않게, 무의미하게 쓰는 일이초를 그 때 쓰고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필자는 휴가를 따내기 위해 고작 몇주 연습했지만, 연습 기간과 양이 훨씬 많은 운동선수들에게는 그 몇초의 차이가 더욱 크게 느껴질 것이다.

기록 0.01초의 차이가 메달을 가르는 스포츠의 세계에서, 메달을 얻기 위해 그들은 4년이란 시간동안 피나도록 연습한다.

그 작은 차이를 만드는데에 엄청나게 큰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그 작은 차이로 메달을 따지 못한다면 정말 아쉬울 것이다...

그래서 선수들이 목표하던 바를 이루었을 때 흘리는 그 눈물을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필자가 볼 때마다 감동받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 최민호 선수의 영상을 남기며 글을 마친다.


https://www.youtube.com/watch?v=0wPP1mGe1BQ&feature=share